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80

종교개혁과 르네상스를 폭발시킨 힘,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만든 세계 우리는 서점에 들러 수많은 책을 구경하고, 도서관에서 원하는 지식을 마음껏 빌려보며,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검색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지식'은 공기처럼 당연하게 우리 곁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만약 인류 역사 대부분의 시간 동안, 책 한 권을 소유하는 것이 성 한 채를 사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지식이 소수의 성직자와 권력자에게 철저히 독점되었던 시대를 상상해 본 적 있습니까? 어떻게 인류는 이 깊고 긴 지식의 암흑기에서 벗어나, 사상의 자유와 비판적 지성이 꽃피는 근대의 문을 열 수 있었을까요? 그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포도 압착기에서 영감을 얻은 한 금속 세공사의 위대한 발명, 바로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이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인류의 지적 능력을 해방시키고, 종교개혁과 르네상스, 과학.. 2025. 7. 28.
자연의 시간에서 노동의 시간으로, 시계는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게 되었나 오늘 아침에도 저는 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맞춰 부스스 눈을 떴습니다. 출근 준비를 하며 1분 1초를 다투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사무실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한숨을 돌렸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시간에 쫓기며 살고 있을까?'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흐름이 아니라, 어째서 째깍거리는 기계의 리듬에 내 삶을 맞추고 있는 걸까요? 이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저는 루이스 멈퍼드의 고전 『기술과 문명(Technics and Civilization)』에서 시간에 관한 부분을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실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발명품'이며, 그 발명품이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깨닫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지.. 2025. 7. 28.
주머니 속의 작은 태양, 성냥이 가져온 빛과 불의 민주화 최근 캠핑을 가서 저녁에 모닥불을 피웠던 일이 있었습니다. 라이터를 깜빡 잊고 가져가지 않아, 예전에 사두었던 성냥 한 갑을 꺼내 들었죠.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나무개비 끝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불꽃. 그 작은 불꽃 하나가 순식간에 어둠을 몰아내고 온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며, 저는 문득 경이로운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이 '불'을 얻는 행위가, 인류 역사 대부분의 시간 동안 얼마나 어렵고 고된 일이었을까요? 제가 예전에 인상 깊게 보았던 BBC의 다큐멘터리 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손에 쥔 이 작은 성냥갑이, 인류를 어둠과 추위의 공포에서 해방시키고 '빛과 불의 민주화'를 이끈 위대한 혁명의 상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저의.. 2025. 7. 28.
인류의 수명을 연장시킨 향기로운 방패, 비누와 공중보건의 역사 우리가 매일 아침 손을 씻는 평범한 행위. 그 중심에 있는 비누가 한때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고, 평균 수명을 극적으로 연장시킨 '향기로운 방패'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우리는 화장실에 다녀온 뒤, 식사를 하기 전, 외출에서 돌아온 뒤 너무나도 당연하게 비누로 손을 씻습니다. 향기로운 거품을 내어 물에 헹구는 이 간단한 행위는 우리 일상의 가장 기본적인 위생 습관입니다. 하지만 만약 이 작고 평범한 비누 한 조각이 인류를 흑사병과 콜레라 같은 끔찍한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구해내고, 인류의 평균 수명을 극적으로 연장시킨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였다면 어떨까요? 문득 이 작고 평범한 비누 한 조각이 언제부터 인류의 곁을 지켜왔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 호기심을 풀기 위해 저는 캐서린 애셴버그의 책.. 2025. 7. 28.
'나'라는 자의식을 발명하다, 거울이 만든 르네상스와 현대인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며 거울을 보고, 옷을 입으며 거울을 보고, 집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거울을 봅니다. 이처럼 거울은 우리 일상에 너무나도 깊숙이 들어와 있어 그 존재조차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만약 인류 역사 대부분의 시간 동안,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면 어떨까요? '나'의 모습이 어떠한지, 다른 사람의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치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없었던 시대. 어떻게 인류는 '나'라는 개념을 인식하고, 개인의 내면을 탐구하기 시작했을까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저는 사빈 멜시오르-보네의 『거울의 역사(The Mirror: A History)』라는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매일 마주하는 이 평범한 유리판이, 사실은 인류에게 '나'라는 개념을.. 2025. 7. 28.
'잠은 함께 자는 것이었다?' 침대를 통해 본 프라이버시의 탄생 우리는 하루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워 편히 쉬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외부의 소음과 시선으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사적인 공간. 저에게 침대는 온전히 '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곳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류는 언제부터 이렇게 혼자, 혹은 가장 가까운 사람과만 이 내밀한 공간을 공유하게 된 걸까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저는 필리프 아리에스와 조르주 뒤비가 엮은 명저 『사생활의 역사(A History of Private Life)』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책장을 넘길수록, 제가 당연하게 여기던 '프라이버시'라는 개념이 사실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발명품'이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금부터 저의 이 작은 호기심에서.. 2025. 7.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