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도 저는 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맞춰 부스스 눈을 떴습니다. 출근 준비를 하며 1분 1초를 다투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사무실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한숨을 돌렸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시간에 쫓기며 살고 있을까?'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흐름이 아니라, 어째서 째깍거리는 기계의 리듬에 내 삶을 맞추고 있는 걸까요? 이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저는 루이스 멈퍼드의 고전 『기술과 문명(Technics and Civilization)』에서 시간에 관한 부분을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실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발명품'이며, 그 발명품이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깨닫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지금부터 저의 이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시계가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그 역사를 함께 따라가 보려 합니다.
1. 시계 이전의 시간, 자연의 리듬 속에서 살다
책에 따르면, 기계식 시계가 발명되기 전 인류에게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은 해의 위치, 달의 모양, 계절의 변화와 같은 거대한 자연의 주기에 의해 인식되었습니다. 아침은 닭이 우는 시간, 낮은 해가 가장 높은 시간, 저녁은 해가 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은 구체적인 사건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소젖을 짤 시간', '밭을 갈 시간', '기도할 시간'처럼, 시간은 해야 할 일에 따라 유연하게 흘러갔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분과 초 단위로 쪼개진 시간표 없이 살아가는 삶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지금보다는 훨씬 여유롭고 자연과 가까운 삶이었을 겁니다. 중세 도시에서는 교회의 종소리가 하루의 시간을 알려주는 유일한 공적인 신호였지만, 이 종소리마저도 계절에 따라 해 뜨는 시간이 달라지면 그 간격이 바뀌는, 부정확하고 유동적인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시계 이전의 시대, 시간은 자연과 공동체의 리듬에 맞춰 느슨하고 유기적으로 흘러갔습니다.
2. 수도원의 종소리, 시간을 통제하려는 최초의 시도
인류가 처음으로 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는 놀랍게도 생산 현장이 아닌, 고요한 수도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6세기경, 성 베네딕토는 수도사들이 하루 7번 정해진 시간에 함께 모여 기도를 드려야 한다는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이 규칙을 정확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계절이나 날씨에 상관없이 하루를 균등한 간격으로 나눌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3세기 말, 유럽의 이름 모를 수도사들이 무게추의 힘으로 톱니바퀴를 움직이는 기계식 시계를 발명했습니다. 이 최초의 시계는 시간을 보여주는 문자판이나 바늘 없이, 오직 정해진 시간이 되면 종을 쳐서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알람 장치'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 깊은 아이러니를 느꼈습니다. 신을 향한 경건한 마음으로 시간을 규칙적으로 지키려던 시도가, 역설적으로 인류를 자연의 시간에서 벗어나 인간이 만든 시간의 규율 속으로 들어서게 한 첫걸음이 되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3. 공장과 기차의 시간, 산업혁명과 시간의 규율
수도원의 첨탑에 머물던 시계는 18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변모합니다. 농촌을 떠나 도시의 공장으로 모여든 노동자들에게, 시간은 더 이상 자연의 리듬이 아니었습니다. 공장주의 소유가 된 노동자들의 시간은 이제 '노동 시간'으로 측정되고 통제되었습니다. 교회의 종소리는 공장의 기적 소리와 타임 클락으로 대체되었습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유명한 격언 "시간은 돈이다(Time is money)"는 바로 이 시대의 정신을 상징합니다. 시간은 이제 분과 초 단위로 잘게 쪼개져 효율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자원'이 된 것입니다. 19세기 철도의 등장은 이러한 시간의 규율을 더욱 가속화했습니다. 이전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 다른 시간(태양시)을 사용했지만, 수많은 기차를 충돌 없이 정확한 스케줄에 맞춰 운행하기 위해서는 모든 지역이 하나의 통일된 시간을 공유해야만 했습니다. 이 필요성으로 인해 '표준시'가 탄생했고,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이 사는 곳의 태양이 아닌, 멀리 떨어진 그리니치 천문대의 시계에 자신의 삶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4. 주머니 속의 폭군, 현대인을 지배하는 분과 초
산업혁명을 거치며 사회의 규율이 된 시계는, 20세기에 들어 회중시계와 손목시계의 대중화를 통해 마침내 모든 개인의 내면까지 지배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이제 공장의 기적 소리나 교회의 종소리를 듣지 않고도, 자신의 주머니 속이나 손목 위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외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개인이 스스로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내면화된 규율'이 된 것입니다. 이 책을 덮고 제 스마트폰 화면을 보니, 1초 단위로 깜박이는 디지털 숫자가 보였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저를 끊임없이 재촉하는 '주머니 속의 폭군'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살던 인류는 이제 시계가 만들어낸 인공의 시간 속에서 길을 잃고, 오히려 시간에 의해 지배당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우리는 과연 시간의 주인일까요, 아니면 시간에 쫓기는 노예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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