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것들의 역사102 주머니 속의 작은 태양, 성냥이 가져온 빛과 불의 민주화 최근 캠핑을 가서 저녁에 모닥불을 피웠던 일이 있었습니다. 라이터를 깜빡 잊고 가져가지 않아, 예전에 사두었던 성냥 한 갑을 꺼내 들었죠.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나무개비 끝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불꽃. 그 작은 불꽃 하나가 순식간에 어둠을 몰아내고 온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며, 저는 문득 경이로운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이 '불'을 얻는 행위가, 인류 역사 대부분의 시간 동안 얼마나 어렵고 고된 일이었을까요? 제가 예전에 인상 깊게 보았던 BBC의 다큐멘터리 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손에 쥔 이 작은 성냥갑이, 인류를 어둠과 추위의 공포에서 해방시키고 '빛과 불의 민주화'를 이끈 위대한 혁명의 상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저의.. 2025. 7. 28. 인류의 수명을 연장시킨 향기로운 방패, 비누와 공중보건의 역사 우리가 매일 아침 손을 씻는 평범한 행위. 그 중심에 있는 비누가 한때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고, 평균 수명을 극적으로 연장시킨 '향기로운 방패'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우리는 화장실에 다녀온 뒤, 식사를 하기 전, 외출에서 돌아온 뒤 너무나도 당연하게 비누로 손을 씻습니다. 향기로운 거품을 내어 물에 헹구는 이 간단한 행위는 우리 일상의 가장 기본적인 위생 습관입니다. 하지만 만약 이 작고 평범한 비누 한 조각이 인류를 흑사병과 콜레라 같은 끔찍한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구해내고, 인류의 평균 수명을 극적으로 연장시킨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였다면 어떨까요? 문득 이 작고 평범한 비누 한 조각이 언제부터 인류의 곁을 지켜왔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 호기심을 풀기 위해 저는 캐서린 애셴버그의 책.. 2025. 7. 28. '나'라는 자의식을 발명하다, 거울이 만든 르네상스와 현대인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며 거울을 보고, 옷을 입으며 거울을 보고, 집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거울을 봅니다. 이처럼 거울은 우리 일상에 너무나도 깊숙이 들어와 있어 그 존재조차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만약 인류 역사 대부분의 시간 동안,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면 어떨까요? '나'의 모습이 어떠한지, 다른 사람의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치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없었던 시대. 어떻게 인류는 '나'라는 개념을 인식하고, 개인의 내면을 탐구하기 시작했을까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저는 사빈 멜시오르-보네의 『거울의 역사(The Mirror: A History)』라는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매일 마주하는 이 평범한 유리판이, 사실은 인류에게 '나'라는 개념을.. 2025. 7. 28. '잠은 함께 자는 것이었다?' 침대를 통해 본 프라이버시의 탄생 우리는 하루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워 편히 쉬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외부의 소음과 시선으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사적인 공간. 저에게 침대는 온전히 '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곳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류는 언제부터 이렇게 혼자, 혹은 가장 가까운 사람과만 이 내밀한 공간을 공유하게 된 걸까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저는 필리프 아리에스와 조르주 뒤비가 엮은 명저 『사생활의 역사(A History of Private Life)』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책장을 넘길수록, 제가 당연하게 여기던 '프라이버시'라는 개념이 사실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발명품'이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금부터 저의 이 작은 호기심에서.. 2025. 7. 27. 인류의 지적 수명을 2배로 늘린 위대한 발명품, 안경의 모든 것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가 저도 모르게 팔을 쭉 뻗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언제부턴가 가까이 있는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나도 이제 노안이 시작되는구나' 하는 씁쓸한 생각과 함께, 저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만약 지금처럼 안경이 없었다면, 저는 이제 이 소소한 독서의 즐거움을 포기해야만 했을까요? 이 작은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저는 인류의 지성사를 다룬 제임스 버크의 다큐멘터리 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마주한 이 '노안'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가, 과거 인류에게는 지식과 단절되는 거대한 장벽이었으며, 안경이라는 위대한 발명품이 그 장벽을 무너뜨리고 인류의 지적 수명을 두 배로 늘렸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 2025. 7. 27. '악마의 도구'라 불렸던 식기, 포크는 어떻게 식탁을 정복했나 우리는 식탁에 앉아 너무나 자연스럽게 포크를 집어 듭니다. 샐러드를 찍고, 파스타를 돌돌 말아 올리고, 스테이크를 잘라 입으로 가져갑니다. 나이프, 스푼과 함께 식사의 삼위일체를 이루는 이 뾰족한 도구 없는 식사는 이제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 뾰족한 도구를 이렇게 당연하게 사용하게 된 걸까?' 이 질문은 꽤 오랫동안 제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저는 식문화의 역사를 다룬 비 윌슨의 책 『포크를 생각하다(Consider the Fork)』의 관련 부분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책장을 넘길수록, 제가 알던 상식이 완전히 뒤집히는 경험을 해야 했습니다. 제가 아무렇지 않게 파스타를 말아 올리던 이 포크가, 한때는 신에 대한 모독이자 남성성을 위협하는 '악.. 2025. 7. 27. 이전 1 ··· 12 13 14 15 16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