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으로 밤새 일어난 세상 소식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손가락 하나로 전 세계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는 이 당연한 일상. 문득 이 '뉴스'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왕의 선포나 소문으로만 세상을 알 수 있었던 시대.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저는 미디어의 역사를 다룬 한 다큐멘터리를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가 매일 보는 이 신문 기사 한 줄이, 사실은 수백 년에 걸친 치열한 투쟁 끝에 왕과 정부에 맞서는 '제4의 권력'이 된 위대한 역사의 산물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저의 이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신문의 위대한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목차
1. 신문 이전의 시대, 통제된 소식과 소문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신문(Newspaper)이 발명되기 전, '뉴스'는 권력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었습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정부가 매일의 사건을 기록한 '악타 디우르나(Acta Diurna)'라는 관보를 광장에 게시했지만, 이는 철저히 정부의 입장에서 편집된 정보였습니다. 중세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을 아는 유일한 통로가 교회의 설교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소식을 외치는 '타운 크라이어(Town Crier)',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뿐이었습니다. 정보의 속도는 느렸고, 내용은 부정확했으며, 무엇보다 권력자의 의도에 따라 쉽게 왜곡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객관적인 정보를 접할 수 없었던 시대의 사람들이 얼마나 좁고 편향된 세계관 속에 갇혀 살았을지 생각하며 아찔함을 느꼈습니다. '여론(Public Opinion)'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할 수 없었던, 닫힌 세계였습니다.
2. 인쇄술의 혁명, 최초의 신문이 탄생하다
이 닫힌 세계에 균열을 낸 것은 15세기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이었습니다. 인쇄술 덕분에 동일한 내용을 대량으로, 그리고 빠르게 복제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17세기 초, 독일과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상인들을 위한 상업 정보나 해외 소식을 담은 부정기적인 인쇄물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1605년 독일에서 세계 최초의 주간 신문인 'Relation'이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초기의 신문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신문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대부분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피해 해외 소식이나 상업 정보만을 다루었고, 여전히 정부의 엄격한 검열과 허가 아래에서만 발행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보며, 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쇄술이라는 혁신적인 도구가 있었지만, 그것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정치적 환경이 마련되기까지는 또 한 번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3. 언론 자유를 향한 투쟁, 제4의 권력이 되다
신문이 단순한 정보 전달자를 넘어,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제4의 권력(The Fourth Estate)'으로 거듭나게 된 것은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언론의 자유(Freedom of the Press)'를 향한 치열한 투쟁을 통해서였습니다. 1735년, 뉴욕의 신문 발행인 존 피터 젱어(John Peter Zenger)는 식민지 총독의 부패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체포되었습니다. 당시 법에 따르면 정부에 대한 비판은 그 내용이 사실이어도 처벌받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젱어의 변호사는 "진실을 보도하는 것은 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고, 배심원단은 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 역사적인 재판은 언론이 권력의 부패를 감시하고 진실을 알릴 권리가 있음을 천명한, 언론 자유의 위대한 초석이 되었습니다. 이후 미국 독립 혁명과 프랑스 혁명을 거치며, 신문은 혁명의 사상을 전파하고 대중을 조직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알 권리'가 이처럼 이름 없는 언론인들의 용기와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에 숙연함을 느꼈습니다.
4. 황색 저널리즘에서 디지털 뉴스로, 끝나지 않은 질문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 저는 제 스마트폰 화면 속 수많은 뉴스 기사들을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19세기 말, 조지프 퓰리처와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이끈 '황색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의 시대는 신문이 진실 보도보다 판매 부수를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로 경쟁하는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21세기, 우리는 소셜 미디어와 1인 미디어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누구나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되었지만, 동시에 우리는 '가짜 뉴스'와 '확증 편향'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분별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왕의 선포만을 믿어야 했던 시대에서, 이제는 수많은 목소리 속에서 스스로 진실을 찾아야 하는 시대로. 신문의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믿을 것인가'라는 끝나지 않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뉴스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나요?
종교개혁과 르네상스를 폭발시킨 힘,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만든 세계
우리는 서점에 들러 수많은 책을 구경하고, 도서관에서 원하는 지식을 마음껏 빌려보며,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검색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지식'은 공기처럼 당연하게 우리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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