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0일, 월급날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며 노동의 대가로 받는 이 '월급'을 뜻하는 영어 단어 '샐러리(Salary)'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어렴풋이 이 단어가 '소금(Salt)'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스쳤기 때문입니다. 제가 주방에서 요리할 때마다 한 꼬집씩 집어넣는 이 평범한 하얀 가루가, 어떻게 제 월급봉투와 연결될 수 있었을까요? 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저는 마크 쿨란스키의 명저 『소금』을 읽어 보았습니다. 책장을 넘길수록 소금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문명을 일으키고 제국을 건설하며 때로는 혁명의 도화선이 된 인류 역사의 보이지 않는 주역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저의 작은 궁금증에서 시작된, 소금의 위대하고도 짜디짠 문명사를 함께 따라가 보려 합니다.
1. 생명의 필수품, 소금이 권력이 된 이유
인류가 소금에 집착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생존과 직결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체내 염분을 유지해야만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고, 농경 생활 이후 소금은 의도적으로 찾아 섭취해야만 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음식 보존이었습니다. 냉장 기술이 없던 고대 사회에서 소금은 육류와 생선을 수개월 이상 보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죠. 생존과 자산 보존 두 기능은 곧 '소금을 지배하는 자가 권력을 쥔다'는 공식을 만들었습니다.
2. 로마의 소금길과 월급(Salary)의 탄생
로마 제국의 도로망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길 중 하나가 비아 살라리아(Via Salaria), 즉 '소금길'이었습니다. 소금은 국가가 직접 통제한 전략 자원이었고, 군인들에게는 급료의 일부를 소금으로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사용된 라틴어 '살라리움(Salarium)'은 '소금 살 돈'이라는 뜻으로, 오늘날 우리가 쓰는 '샐러리(Salary)'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내 통장에 찍히는 월급이 로마 병사의 소금 수당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역사가 지금도 우리 삶 속에 살아 있음을 보여줍니다.
3. 소금세(Gabelle)와 혁명, 국가의 흥망
소금세(Gabelle)는 프랑스에서 가장 악명 높았던 제도로, 전 국민에게 일정량의 소금을 강제로 할당하고 과도한 세금을 물렸습니다. 이는 민중의 분노를 극대화하며 프랑스 혁명을 촉발하는 불씨가 되었습니다. 또한 20세기 인도에서는 간디가 소금 행진으로 영국의 부당한 법에 저항하며 소금을 해방의 상징으로 만들었습니다. 소금은 억압의 도구이자 저항의 깃발로, 역사적 변곡점마다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4. 내 식탁 위의 작은 역사
책을 덮고 주방의 소금통을 바라보며, 이제 소금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로마 병사의 땀, 프랑스 민중의 분노, 간디의 평화적 저항이 담긴 역사적 결정체처럼 보였습니다. 생명의 원천에서 월급의 어원으로, 혁명의 불씨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소금의 역사는 인류 문명사와 함께 짜디짠 궤적을 그려왔습니다. 다시 소금으로 월급을 받는 시대가 온다면 우리 일상은 어떻게 바뀔까요? 우리의 일상 속 평범한 것들이 사실은 위대한 역사를 품고 있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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