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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것들의 역사

달콤함의 검은 역사, 설탕이 만든 제국과 노예의 눈물

by handago-blog 2025. 7. 26.

얼마 전 커피의 역사에 대한 글을 쓰면서, 저는 커피가 유럽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 얼마나 쓰고 낯선 음료였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그렇다면 그 쓴맛을 길들여 커피를 전 세계적인 음료로 만든 마법의 가루, 설탕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저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시드니 민츠의 명저 『설탕과 권력(Sweetness and Power)』을 펼쳐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책장을 넘길수록, 제가 알던 달콤함의 세계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즐기는 이 순백의 달콤함이, 사실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잔혹한 비극의 역사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지금부터 저의 이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설탕 한 스푼에 담긴 제국과 노예의 눈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설탕의 제국과 노예무역—달콤함의 검은 역사, 사탕수수와 설탕

1. '백색 황금'의 유혹, 왕의 약에서 만인의 욕망으로

책에 따르면,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는 본래 동남아시아의 열대 식물이었습니다. 중세 유럽인들에게 설탕은 십자군 전쟁을 통해 처음 알려진, 금이나 향신료처럼 희귀하고 값비싼 '동방의 사치품'이었습니다. 지금은 마트에서 몇천 원이면 살 수 있는 설탕이, 한때는 왕과 귀족만이 향유하던 '백색 황금'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15세기 대항해시대를 연 유럽인들의 설탕에 대한 갈망은 점점 커져갔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넓은 땅과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습니다. 그 답은 신대륙, 아메리카에서 찾아졌습니다.

2. 설탕-노예 복합체: 지상 위 지옥, 플랜테이션의 탄생

16세기 이후 브라질과 카리브해의 섬들은 유럽 열강의 새로운 설탕 공급지로 변했습니다. 그러나 사탕수수 재배와 설탕 생산은 극한의 노동을 요구했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사탕수수를 베고, 무거운 짐을 옮기고, 펄펄 끓는 가마솥 앞에서 밤을 새워야 했습니다. 노동력 부족에 직면한 유럽인들은 아프리카 흑인을 노예로 동원하는 끔찍한 해결책을 택했습니다. 각설탕 하나에도 수백만 아프리카인의 피와 눈물이 스며 있다는 사실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책에 따르면 노예들의 평균 수명은 7년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플랜테이션은 말 그대로 '인간을 갈아 넣는 설탕 공장'이었습니다.

3. 삼각 무역: 자본주의의 엔진이 된 노예의 눈물

설탕 플랜테이션은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를 잇는 '삼각 무역'의 핵심이자 근대 자본주의의 심장이었습니다. 유럽에서 총과 직물을 싣고 아프리카로 가 노예와 바꾸고, 노예를 아메리카로 끌고 가 설탕과 교환한 뒤,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이윤을 남기는 구조. 노예 무역으로 축적된 막대한 자본은 산업 혁명의 자금이 되었고, 우리가 아는 근대 유럽의 번영은 이 어두운 토대 위에 세워졌습니다.

4. 달콤함의 유산, 끝나지 않은 이야기

19세기 노예제는 폐지되었지만, 설탕이 남긴 흔적은 여전히 오늘날에도 남아 있습니다. 설탕의 대량 생산은 인류의 식습관을 바꾸었고, 그 대가로 비만과 당뇨 같은 질병을 남겼습니다. 달콤함 속에 숨은 제국의 탐욕과 수백만 명의 고통, 그리고 자본주의의 탄생. 이제 설탕 한 스푼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겹겹이 담겨 있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여러분의 식탁 위 설탕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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