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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것들의 역사

유럽을 기근에서 구하고 인구를 폭발시킨 못생긴 채소, 감자 이야기

by handago-blog 2025. 7. 26.

얼마 전, 늦은 밤 출출함을 달래려 냉동실에서 감자튀김을 한 줌 꺼내 에어프라이어에 돌렸습니다. 노릇하게 익은 감자튀김을 케첩에 찍어 먹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흔하고 값싼 감자는 도대체 어디서 온 걸까?' 우리에게 감자는 너무나도 당연한, 때로는 값싼 식재료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니까요. 이 작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저는 찰스 C. 만의 유명한 저서 『1493』에서 감자에 대한 부분을 다시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책장을 넘길수록, 제가 알던 감자의 세계가 얼마나 작았는지 깨닫고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제가 무심코 간식으로 먹던 이 못생긴 채소가, 사실은 유럽을 굶주림의 공포에서 해방시키고, 인구를 폭발시켜 산업혁명의 토대를 마련한 위대한 구원자였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지금부터 저의 이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감자의 파란만장한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려 합니다.

유럽을 기근에서 구하고 인구를 폭발시킨 못생긴 채소, 감자

1. '악마의 사과', 유럽의 냉대와 편견에 맞서다

책에 따르면, 감자의 고향은 유럽이 아닌, 남아메리카의 척박한 안데스 산맥이었습니다. 16세기, 스페인 정복자들이 잉카 제국을 무너뜨리고 이 정체불명의 덩이줄기를 유럽으로 가져왔지만, 감자를 마주한 유럽인들의 반응은 경멸과 의심, 심지어 공포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지금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 채소가 왜 그토록 미움을 받았을까요? 울퉁불퉁하고 흙투성이인 모습이 나병 환자의 손가락을 연상시킨다는 혐오감, 성서에 등장하지 않는 불경한 식물이라는 종교적 편견, 그리고 같은 가지과 식물 중에 맹독을 지닌 것들이 많아 독초일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감자는 '사람이 먹을 음식이 아니라 돼지 사료로나 적합한 것', 혹은 땅속에서 자라는 불길한 '악마의 사과'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수백 년간 유럽 사회의 변두리를 맴돌아야 했습니다.

2. 감자의 가치를 알아본 선구자들

이 천덕꾸러기 감자의 진가를 알아본 선구자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극적인 인물은 프랑스의 약사 앙투안-오귀스탱 파르망티에였습니다. 그는 7년 전쟁 당시 프로이센의 포로로 잡혀 감자만 먹고 연명했는데, 놀랍게도 건강하게 살아남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감자의 위대한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프랑스로 돌아온 그는 감자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평생을 바칩니다. 그의 전략은 기상천외했습니다. 왕과 왕비에게 감자꽃을 장식하게 하고, 자신의 감자밭을 낮에는 중무장한 군인으로 지키게 하다가 밤에는 철수하도록 해, 농민들이 몰래 감자를 훔쳐가게 했습니다. 이렇게 감자는 프랑스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 역시 감자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왕명으로 재배를 강제하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위대한 변화가 소수의 선각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3. 인구 폭발의 엔진, 산업혁명을 이끈 조용한 힘

일단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자, 감자는 유럽 사회를 근본부터 바꾸는 조용한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감자의 가장 큰 힘은 경이로운 생산성에 있었습니다. 밀과 비교했을 때 같은 면적에서 2~4배의 칼로리를 생산할 수 있었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랐습니다. 버려진 땅마저 식량 창고로 바꾼 감자는 18~19세기 유럽의 인구 폭발산업 혁명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잉여 인력이 도시로 몰려와 공장 노동자가 되었고, 감자는 값싸고 열량 높은 '연료'로서 노동자들을 지탱했습니다. 증기기관만이 아니라 땅속의 못생긴 채소가 산업혁명의 진짜 힘이었다는 통찰은 놀라웠습니다.

4. 단일 경작의 비극, 아일랜드 대기근이 남긴 교훈

그러나 감자의 역사는 영광뿐만 아니라 비극도 담고 있습니다. 그 비극은 아일랜드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났습니다. 농민들은 오직 '럼퍼'라는 품종에만 의존해 살아갔는데, 1845년 아메리카에서 건너온 감자 역병이 전역을 덮치자 유일한 식량이 전멸했습니다. 약 7년간 이어진 대기근 동안 100만 명 이상이 굶어 죽고, 200만 명이 고향을 떠났습니다. 감자는 유럽을 구원한 영웅이었지만, 동시에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피로 가르쳐준 스승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감자튀김 하나를 먹을 때도 구원, 번영, 그리고 비극이 얽힌 역사를 함께 떠올리게 됩니다. 여러분의 식탁 위 평범한 음식 속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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