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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것들의 역사

황금보다 비쌌던 검은 알갱이, 후추가 대항해시대를 연 방법

by handago-blog 2025. 7. 26.

얼마 전, 저녁 메뉴로 두툼한 스테이크를 굽던 날이었습니다. 풍미를 더하기 위해 통후추를 그라인더로 갈아 뿌렸습니다. 주방에 퍼지는 알싸하고 익숙한 향기. 저는 문득 이 작고 검은 알갱이가 가진 강렬한 존재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사용하는 이 후추는 과연 어디서부터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된 것일까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저는 잭 터너의 『스파이스(향신료에 매혹된 사람들이 만든 욕망의 역사)』라는 책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저는 첫 장부터 믿을 수 없는 사실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제가 방금 스테이크 위에 뿌린 이 평범한 향신료가, 한때는 같은 무게의 황금보다 더 비쌌고, 유럽의 제국들이 목숨을 걸고 차지하려 했던 '검은 황금'이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지금부터 저의 이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후추 한 알이 어떻게 위대한 대항해시대의 문을 열었는지 그 놀라운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려 합니다.

황금보다 비쌌던 검은 알갱이, 후추

1. 신의 향신료, 후추가 '검은 황금'이 된 이유

책에 따르면, 후추의 원산지는 인도의 남서부 말라바르 해안이었습니다. 이 작은 열매가 어떻게 중세 유럽에서 황금과 대등한 가치를 지니게 되었는지 상상하기 어렵지만, 핵심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첫째, 음식의 보존과 맛. 냉장 기술이 없던 시절, 소금 절임 외에는 방법이 없던 고기에서 나는 역한 누린내를 감추는 데 후추는 마법처럼 작동했습니다. 항균 효과로 부패를 늦추고 향으로 잡내를 눌렀죠. 둘째, 의학적 효능에 대한 믿음. 중세 의학에 따르면 후추는 몸을 덥히고 소화를 돕는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후추는 강력한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식탁 위 후추만으로도 집안의 지위를 과시했고, 세금이나 집세를 후추로 내기도 했습니다.

2. 베네치아의 독점, 대항해시대를 부른 후추 무역

인도에서 생산된 후추는 아라비아 상인을 거쳐 홍해·페르시아만으로, 다시 이집트·시리아 항구에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제노바 상인에게 넘겨졌습니다. 수많은 중간상이 이윤을 붙이며 가격은 폭등했고, 특히 15세기 베네치아는 유럽 후추 무역을 사실상 독점했습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이 독점을 우회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로 가는 새로운 바닷길”을 절실히 원했고, 이 갈망이 곧 대항해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3. 바스코 다 가마의 항해, 후추가 개척한 새로운 시대

엔히크 왕자의 후원 아래 탐험이 이어졌고, 1498년 바스코 다 가마가 희망봉을 돌아 인도 캘리컷에 도달했습니다. “우리는 기독교도와 향신료를 찾아왔다”는 답변은 그들의 목적을 상징적으로 압축합니다. 다 가마가 가져온 후추는 항해 비용의 수십 배 이익을 남겼고, 이 성공은 유럽 전역의 탐험을 촉발했습니다. 후추에 대한 열망이 새로운 항로가 가능함을 증명한 순간이었습니다.

4. 후추가 바꾼 세계, 내 주방의 작은 역사

대항해시대는 동서 교류를 폭증시켜 식문화와 생활을 바꾸었지만, 식민 지배와 자원 수탈의 그림자도 드리웠습니다. 이제 내 주방의 후추 그라인더는 평범한 도구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중세 유럽의 욕망, 베네치아 상인의 부, 바스코 다 가마의 항해가 함께 갈려 나오는 듯합니다. 사소한 향신료 하나가 역사의 변곡점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일상의 물건을 통해 세계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세계를 지배하는 도구, 지도는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스마트폰 속에서 길을 안내하는 평범한 지도. 이 종이 한 장이 어떻게 미지의 세계를 정복하고, 제국의 경계를 그으며,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권력의 도구가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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