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소한것들의 역사

도시의 위생을 발명하다, 화장실이 바꾼 질병과 건축의 역사

by handago-blog 2025. 8. 11.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잠을 깨기 위해, 혹은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너무나도 당연하게 화장실로 향합니다. 물을 내리면 모든 오물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이 깨끗하고 사적인 공간은 현대 문명의 가장 기본적인 위생 시설입니다. 문득 이 당연한 공간이 없던 시절, 인류는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이 호기심을 풀기 위해 저는 스티븐 존슨의 명저 『유령 지도(The Ghost Map)』를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이 책은 19세기 런던의 콜레라 창궐을 다루며, 도시의 위생 문제가 어떻게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는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깨끗한 화장실이 사실은 인류를 질병의 공포에서 구하고, 도시의 풍경을 바꾼 위대한 발명품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저의 이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화장실의 위대한 역사를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도시의 위생을 발명하다, 화장실

 

<목차>

  1. '그레이트 스팅크', 씻어내지 못했던 시대
  2. 여왕의 변기와 S자 트랩의 발명
  3. 콜레라의 습격과 공중보건의 탄생
  4. '욕실'의 발명, 건축과 프라이버시를 바꾸다

1. '그레이트 스팅크', 씻어내지 못했던 시대

책에 따르면, 수세식 화장실과 하수도 시스템이 존재하기 전 도시의 위생 상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끔찍했습니다. 고대 로마는 '클로아카 막시마'라는 거대한 하수도를 건설했지만, 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 이 위대한 기술은 수백 년간 잊혔습니다. 중세와 근대 초 유럽의 도시는 그야말로 거대한 오물 처리장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강(Chamber Pot)'에 용무를 본 뒤, 그 내용물을 창문 밖 거리의 배수로에 그대로 쏟아 버리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물 조심하세요!(Gardyloo!)"라는 외침은, 위에서 오물이 떨어지니 피하라는 당시의 흔한 경고였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당시 도시의 거리를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을지 상상해 보았습니다. 특히 19세기 산업혁명으로 인구가 폭발한 런던의 상황은 최악이었습니다. 수백만 명의 분뇨가 템스강으로 직접 버려졌고, 1858년의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템스강은 말 그대로 썩어 문드러지며 도시 전체를 지독한 악취로 뒤덮었습니다. '그레이트 스팅크(The Great Stink, 대악취)'라 불리는 이 사건으로 인해 의회조차 회의를 진행할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질병이 '나쁜 공기(Miasma)'를 통해 전파된다고 믿었기에, 이 끔찍한 악취는 곧 죽음의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2. 여왕의 변기와 S자 트랩의 발명

이 지독한 악취와 비위생의 역사를 바꿀 아이디어의 씨앗은 의외로 일찍부터 존재했습니다. 1596년, 영국의 귀족 존 해링턴 경(Sir John Harington)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위해 물을 내려 오물을 씻어내는 최초의 수세식 변기를 발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혁신적인 발명품은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나머지, 괴짜의 발명품 정도로 취급되며 널리 보급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변기 아래에서 올라오는 하수구의 악취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은 1775년, 스코틀랜드의 시계 제작자 알렉산더 커밍(Alexander Cumming)이었습니다. 그는 변기 아래의 파이프를 'S자 형태'로 구부리는 간단하고도 위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이 S자 굴곡에 항상 물이 고여 있으면서, 아래쪽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악취와 유독 가스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트랩' 역할을 한 것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세상을 바꾸는 혁신이 때로는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이처럼 단순한 형태의 변화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 'S-트랩'의 발명은 현대 수세식 화장실의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 되었습니다.

3. 콜레라의 습격과 공중보건의 탄생

도시 전체를 화장실 혁명으로 이끈 결정적인 계기는 기술의 발전이 아닌, 콜레라라는 끔찍한 전염병의 공포였습니다. 19세기 런던을 수차례 휩쓴 콜레라는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당시 의사들은 여전히 콜레라가 '나쁜 공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믿었지만, 의사 존 스노(John Snow)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1854년 소호 지역에서 콜레라가 창궐했을 때, 사망자들의 주소를 일일이 지도에 표시하는 역학 조사를 벌였습니다. 그 결과, 사망자들이 모두 브로드 가에 있는 특정 공중 펌프의 물을 마셨다는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펌프의 손잡이를 제거하여 사용을 막았고, 그러자 거짓말처럼 콜레라의 확산이 멈추었습니다. 이는 콜레라가 공기가 아닌, 오물에 오염된 물을 통해 전파된다는 사실을 증명한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존 스노의 위대한 발견과 '그레이트 스팅크'의 충격적인 경험은, 마침내 영국 정부와 사회를 움직였습니다. 질병을 막기 위해서는 더러운 공기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모든 오물을 안전하게 처리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거대한 하수도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입니다. 이는 '공중보건(Public Health)'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탄생이었습니다.

4. '욕실'의 발명, 건축과 프라이버시를 바꾸다

거대한 도시의 하수도망이 집집마다 연결되면서, 화장실은 마침내 집 밖의 더러운 뒷간(Privy)에서 집 안의 깨끗한 공간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는 주택 건축의 역사를 바꾸는 혁명이었습니다.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오직 위생만을 위한 새로운 공간, '욕실(Bathroom)'이 탄생한 것입니다. 건축가들은 이제 집을 설계할 때 상하수도 배관을 고려해야 했고, 욕실은 점차 침실과 가까운 가장 사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타일과 도기로 마감된 깨끗한 욕실은 단순히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곳을 넘어,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역사를 알고 나니, 제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머무는 욕실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희생과 노력 끝에 얻어진 소중한 공간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도시의 악취를 몰아내고,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인류를 구원했으며, 마침내 우리 집 안에 가장 깨끗하고 사적인 공간을 발명해 낸 화장실. 여러분의 집에서 가장 평범한 그 공간은,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인류의 수명을 연장시킨 향기로운 방패, 비누와 공중보건의 역사

매일 아침 손을 씻는 평범한 행위. 그 중심에 있는 비누가 한때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고, 평균 수명을 극적으로 연장시킨 '향기로운 방패'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고대의 미스터

handag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