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의식에서 현대의 필수품으로, 화장(립스틱)의 붉은 유혹

저는 외출 전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며 입술에 붉은색을 더하는 의식을 치릅니다. 립스틱 한 자루를 바르는 것만으로도 흐릿했던 인상이 선명해지고, 어딘가 모를 자신감이 차오르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문득 이 작은 화장품이 인류 역사 속에서 신성함과 권력, 타락과 금기, 그리고 저항과 해방이라는 극단적인 의미 사이를 오가는 가장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이 기억의 조각을 더듬어, 저는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리사 엘드리지의 저서 『페이스 페인트: 메이크업의 역사(Face Paint: The Story of Makeup)』를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어떻게 이 붉은 유혹이 수천 년간 인류를 매혹시키고, 때로는 위험에 빠뜨리며, 마침내 우리 모두의 것이 될 수 있었을까요? 지금부터 저의 이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립스틱이 걸어온 강렬하고도 위험한 역사를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목차>

1. 신성함과 권력, 고대의 붉은 입술
2. 악마의 유혹, 중세의 금기
3. 여왕의 귀환과 연극 무대의 낙인
4. 참정권과 할리우드, 붉은 입술의 해방

1. 신성함과 권력, 고대의 붉은 입술

책에 따르면, 인류가 입술을 꾸미기 시작한 역사는 약 5,000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수메르인들은 붉은 암석을 갈고, 보석 가루를 섞어 입술과 눈가를 장식하며 부와 지위를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입술 화장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은 단연 고대 이집트인들이었습니다. 이집트에서 화장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강력한 사회적, 종교적 의미를 지녔습니다. 붉은 황토(Ocher)에 수지나 밀랍을 섞어 만든 립 컬러는 태양신 '라'에 대한 경배를 상징했고, 사악한 기운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주술적인 힘을 가졌다고 믿었습니다. 특히 클레오파트라 여왕은 딱정벌레의 일종인 연지벌레를 빻아 만든 선명한 카민색 립스틱으로 유명했는데, 이는 그녀의 신성함과 절대 권력을 과시하는 가장 강력한 시각적 장치였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오늘날 자기만족과 표현의 수단인 화장이 과거에는 신과 소통하고 권력을 드러내는 장엄한 의식이었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고대의 아름다움에는 치명적인 위험이 따랐습니다. 당시 입술 화장의 재료에는 종종 납이나 브롬과 같은 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위는 곧 목숨을 건 도전이기도 했습니다.

2. 악마의 유혹, 중세의 금기

고대 세계를 지배했던 화려한 화장 문화는 로마 제국의 멸망과 함께 기독교가 지배하는 중세 유럽으로 들어서면서 기나긴 암흑기를 맞이합니다. 초기 기독교 교부들은 화장을 신이 주신 본연의 얼굴을 바꾸려는 오만한 행위이자, 남성을 유혹하여 타락으로 이끄는 '악마의 도구'로 규정했습니다. 창백하고 꾸밈없는 얼굴이 여성의 순결과 경건함의 증표로 여겨졌고, 입술에 색을 칠하는 것은 매춘부나 이교도의 행위로 간주되어 사회적으로 엄격히 금기시되었습니다. 붉은 입술은 더 이상 권력의 상징이 아닌, 도덕적 타락과 죄악의 낙인이 된 것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하나의 상징이 시대의 지배적인 사상에 따라 어떻게 180도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그 극적인 변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억압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성들은 공식적으로는 화장을 피했지만, 몰래 딸기즙이나 꽃잎을 이용해 입술에 혈색을 주거나, 자신의 입술을 깨물어 일시적으로 붉게 만드는 비밀스러운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수백 년간, 붉은 입술은 종교적 금기 아래 깊이 억압되었습니다.

3. 여왕의 귀환과 연극 무대의 낙인

수백 년간 이어지던 금기를 깨고 붉은 입술을 다시 역사의 무대로 불러낸 인물은 바로 16세기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었습니다. 그녀는 수은을 포함한 위험한 백연 가루로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고, 그 위에 선명한 진홍색 립스틱을 바르는 극적인 대비를 통해 자신의 처녀성과 권위, 그리고 신성함을 과시했습니다. 여왕이 직접 유행시킨 이 스타일은 궁정의 최상류층 귀족 여성들 사이에서만 허락된, 강력한 권력의 상징으로 다시 한번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여왕의 시대가 끝난 후, 17~18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다시 청교도적인 가치관이 확산되면서 립스틱은 또다시 수난을 겪습니다. 이 시기, 짙은 화장은 '품위 있는 여성'이 아닌, 연극 무대의 배우나 매춘부와 같은 '도덕적으로 의심스러운'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습니다. 심지어 1770년 영국 의회에서는 "립스틱과 같은 화장술을 이용해 남성을 유혹하여 결혼에 이른 여성은 마녀로 간주하여 그 결혼을 무효화한다"는 법안이 상정될 정도였습니다. 저는 이 역사의 굴곡을 보며, 붉은 입술이 마치 시계추처럼 권력의 정점과 사회적 낙인의 양극단을 오갔다는 사실에 깊은 흥미를 느꼈습니다.

4. 참정권과 할리우드, 붉은 입술의 해방

20세기 초, 억압받던 붉은 입술은 마침내 '해방'의 상징으로 거듭납니다. 그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여성 참정권 운동(Suffrage Movement)이었습니다. 1912년 뉴욕에서 열린 여성 참정권 행진에서, 운동가들은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저항과 여성의 당당한 독립을 상징하는 의미로 약속이나 한 듯 선명한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거리를 행진했습니다. 립스틱은 더 이상 남성을 유혹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여성의 연대와 투쟁을 위한 강력한 정치적 무기가 된 것입니다. 립스틱의 대중화에 불을 지핀 것은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등장이었습니다. 클라라 보, 조안 크로포드와 같은 영화 속 스타들의 매혹적인 입술은 전 세계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립스틱은 마침내 모든 여성이 꿈꾸는 글래머러스함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1923년, 제임스 브루스 메이슨 주니어가 발명한 돌려서 사용하는 편리한 금속 튜브 용기는 립스틱을 여성의 핸드백 속 필수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모든 역사를 알고 나니, 제가 아침에 무심코 발랐던 립스틱 한 자루가 새롭게 보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색조 화장품이 아니라, 수천 년의 억압을 뚫고 여성 스스로 쟁취해낸 자유와 자기표현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여러분의 파우치 속 립스틱은,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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