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소한것들의 역사

빅토리아 여왕이 만든 순백의 전통, 웨딩드레스는 왜 하얀색일까?

by handago-blog 2025. 8. 8.

얼마 전, 주말에 시내를 걷다가 웨딩드레스 숍의 쇼윈도 앞에 잠시 멈춰 섰습니다. 마네킹이 입고 있는 눈부신 순백의 드레스는 '결혼'이라는 단어가 가진 모든 설렘과 로망을 담고 있는 듯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왜 결혼식 날 당연하게 하얀 드레스를 입을까? 이 순백의 전통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저는 패션의 사회사를 다룬 주디스 플랜더스의 책 『빅토리아 시대의 여인들(Inside the Victorian Home)』의 결혼식 파트를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순백의 전통'이 사실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한 젊은 여왕의 선택에서 시작된 비교적 새로운 발명품이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금부터 저의 이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웨딩드레스의 놀라운 색의 역사를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1. 흰색 이전의 시대, 부와 가문을 입다

책에 따르면, 19세기 중반 이전까지 대부분의 서양 신부에게 정해진 웨딩드레스 색상은 없었습니다. 결혼식 날 신부가 입는 옷은 평생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좋고 비싼 드레스였습니다. 당시 염색 기술과 직물 가격을 고려할 때, 가장 귀한 옷은 당연히 붉은색, 푸른색, 금색 등 깊고 화려한 색상의 옷이었습니다. 신부의 드레스 색깔과 소재(실크, 벨벳, 모피 등)는 곧 그녀의 가문이 얼마나 부유하고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과시의 수단이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결혼이 사랑하는 두 사람의 결합 이전에 가문과 가문이 만나는 중요한 사회적, 경제적 계약이었던 시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흰색은 오늘날과 정반대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흰색 옷은 세탁하고 관리하기가 극도로 어려워, 아주 작은 얼룩만 묻어도 옷을 버려야 했습니다. 따라서 흰색은 비실용적이고 사치스러운 색으로 여겨졌고, 일부 문화권에서는 왕실의 애도와 장례를 상징하는 색이기도 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이 1558년 결혼식에서 흰색 드레스를 입었을 때, 불길한 색을 선택했다며 많은 사람의 비난을 받았을 정도라고 하니, '흰색=순결'이라는 공식이 얼마나 현대적인 발상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빅토리아 여왕이 만든 순백의 전통, 웨딩드레스

2. 빅토리아 여왕의 선택, 순백의 혁명을 일으키다

이 수백 년간의 전통을 하루아침에 바꾼 주인공은 바로 19세기 대영제국을 이끌었던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이었습니다. 1840년 2월 10일, 그녀는 사촌이었던 앨버트 공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당시 모든 사람은 젊은 여왕이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금실이나 은실로 장식된 화려한 색상의 드레스를 입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빅토리아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눈부신 순백의 실크 새틴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패션 선택을 넘어,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상징적 행위였습니다. 첫째, 그녀는 당시 침체에 빠져 있던 영국의 수제 레이스 산업을 지원하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드레스는 영국 데번 주의 호니턴에서 만든 정교하고 아름다운 레이스로 장식되었는데, 이 섬세한 수공예품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색이 바로 흰색이었습니다. 둘째, 그녀는 이전 왕실의 사치스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검소하고 현명한 군주의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이 흰색 드레스를 통해 순수함과 순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 앞에 서는 한 여성으로서의 진실한 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한 사람의 옷차림이 얼마나 많은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 역사적인 결혼식의 모습은 당시 막 발달하기 시작한 신문과 잡지의 삽화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하얀 결혼식(White Wedding)'이라는 새로운 유행의 불씨를 지폈습니다.

3. 대중문화와 산업, 흰색을 '전통'으로 만들다

빅토리아 여왕이 시작한 유행은 처음에는 상류층과 부유한 중산층을 중심으로 서서히 퍼져나갔습니다. 하지만 흰색 웨딩드레스가 거스를 수 없는 '전통'으로 굳어진 것은 20세기 대중문화와 산업의 발전 덕분이었습니다. 사진 기술의 발달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초기의 흑백 사진 속에서, 다른 어떤 색보다도 흰색 드레스는 신부를 가장 밝고 순수하며 천사처럼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결혼사진이 대중화되면서, '가장 아름다운 사진'을 남기고 싶어 하는 신부들은 자연스럽게 흰색 드레스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산업혁명으로 직물 생산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저렴한 가격에 흰색 원단을 대량으로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여성들도 일생에 단 한 번, 특별한 날을 위해 흰색 드레스를 구매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20세기를 거치며 할리우드 영화와 그레이스 켈리, 다이애나 비와 같은 세기의 결혼식들은 흰색 웨딩드레스에 대한 낭만적인 환상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강화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전통'이란 것이 얼마나 기술과 미디어, 그리고 산업의 힘에 의해 '발명'되고 '강화'될 수 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4. 순백의 전통, 그 너머의 이야기

책을 덮고, 저는 다시 한번 쇼윈도의 웨딩드레스를 바라보았습니다. 가문의 부를 과시하던 화려한 색상의 드레스에서, 한 젊은 여왕의 정치적이고도 로맨틱한 선택을 거쳐, 마침내 전 세계 모든 신부의 꿈이 되기까지. 흰색 웨딩드레스의 역사는 '전통'이란 것이 영원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가치와 기술의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재창조될 수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오늘날 많은 신부가 여전히 순백의 드레스를 선택하지만, 동시에 아이보리, 샴페인, 심지어 검은색이나 붉은색 등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다양한 색상의 드레스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역사를 알고 나니, 순백의 전통을 이해하는 것이 동시에 그 전통을 넘어설 수 있는 자유를 우리에게 선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이 꿈꾸는 결혼식의 색은 무엇인가요? 그 색 속에는 분명 당신만의 '사소하고도 위대한 역사'가 담겨 있을 것입니다.

 

아름다움을 위한 고통의 도구, 코르셋이 옥죄었던 여성의 몸과 정신

가느다란 허리와 풍만한 가슴, 이상적인 여성미를 구현하기 위한 도구였던 코르셋. 하지만 그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갈비뼈 변형과 장기손상, 그리고 여성의 자유를 억압했던 고통의 역사가 숨

handag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