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1 왕의 증표에서 나의 신분증으로, 여권은 어떻게 국경의 주인이 되었나 저는 얼마 전, 오래간만의 해외여행을 앞두고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짙은 녹색의 여권을 꺼내 들었습니다. 십 년간 저와 함께할, 조금은 어색한 증명사진 속 제 얼굴을 들여다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은 수첩 하나가 어떻게 국경을 넘는 나의 신분을 증명하고, 나의 이동을 허락하거나 거부하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된 걸까?' 이 당연해 보이는 작은 책자가 사실은 왕의 허락을 받은 소수만이 가질 수 있었던 특권의 증표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궁금해졌습니다. 이 호기심을 풀기 위해 저는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탐구한 존 토피의 명저 『여권의 발명(The Invention of the Passport)』을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여권이 단순히 여행 서류가 아니라, '국가'라는 거대한 시스.. 2025. 10.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