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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구2

흑연과 나무의 만남, 연필은 어떻게 지식을 민주화했나 저는 며칠 전, 오래된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가 몽당연필 한 자루를 발견했습니다. 손때 묻은 나무 몸통과 닳아 뭉툭해진 흑연심. 스마트폰과 키보드가 모든 기록을 대신하는 시대에, 이 아날로그 필기구는 어딘지 모르게 정겨웠습니다. 저는 무심코 그 연필을 집어 들어, 뾰족하게 깎아 종이 위에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낙서를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너무나도 당연하게 쓰고 지울 수 있는 이 간단한 도구가 없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과 지식을 기록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 호기심을 풀기 위해 저는 기술과 디자인의 역사를 다룬 헨리 페트로스키의 명저 『연필(The Pencil: A History of Design and Circumstance)』을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쥔 이 작은 .. 2025. 10. 4.
만년필의 시대를 끝낸 발명품, 볼펜의 끈질긴 성공기 서랍 속 필통을 정리하다가 너무나도 익숙한 투명한 육각형 몸체의 볼펜(Ballpoint Pen) 한 자루를 발견했습니다. 아마 제 평생 가장 많이 써본 필기구일 겁니다. 이토록 흔하고 저렴한 볼펜을 보며, 문득 어릴 적 아버지 서재에서 보았던 묵직한 만년필이 떠올랐습니다. 저에게 만년필은 어른과 지성의 상징이었고, 볼펜은 그저 편리한 학용품일 뿐이었습니다. 어떻게 이 두 필기구의 위상은 이토록 달라졌을까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저는 최근에 본 발명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의 한 에피소드를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무심코 굴리던 이 볼펜 한 자루가, 사실은 수십 년의 실패와 외면을 딛고 일어선, 끈질긴 성공의 역사 그 자체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잉크 얼룩과 번거로움, 만년필의 시.. 2025.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