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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것들의 역사

악수는 왜 시작되었을까? 무기를 들지 않았다는 증거에서 세계 공통 인사로

by handago-blog 2025. 8. 17.

우리는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을 마치고 상대방과 손을 맞잡습니다. 단단하게 맞잡은 손의 온기를 느끼며 계약이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 오랜 친구와, 그리고 중요한 약속의 순간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 맞잡습니다. 문득 이 평화로운 인사의 기원이, 상대방에게 '내 손에 무기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했던 불신과 위험의 시대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저는 인류의 제스처를 다룬 데즈먼드 모리스의 고전 『맨워칭(Manwatching)』을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가 나누는 이 간단한 악수 속에, 인류가 불신을 극복하고 신뢰를 쌓아온 위대한 역사가 담겨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를 증명하는 단 하나의 흔적, 서명

   

    <목차>

  1. 악수의 기원: 무기를 들지 않았다는 증거
  2. 고대 사회의 악수: 평등과 합의의 상징
  3. 중세에서 근대로: 악수의 부활과 평등의 재탄생
  4. 현대의 악수: 비즈니스와 외교의 상징

1. 악수의 기원: 무기를 들지 않았다는 증거

책에 따르면, 악수의 가장 오래된 기원은 문자가 발명되기 이전, 인류가 끊임없는 위협과 불신 속에서 살아가던 선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낯선 부족이나 사람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상대방이 나를 해칠 의도가 있는지, 즉 손에 무기를 들고 있지 않은지였습니다. 이때 서로가 오른손(무기를 쥐는 손)을 내밀어 맞잡는 행위는, "보시오, 내 손은 비어 있소. 나는 당신을 공격할 의사가 없소."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직관적인 평화의 메시지였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악수를 하며 위아래로 손을 흔드는 동작이, 상대방의 소매 속에 숨겨진 단검이나 무기를 떨어뜨리게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오늘날 우리가 따뜻한 감정의 교류라고 생각하는 악수가 사실은 생존을 위한 냉철하고 실용적인 '상호 무장해제'의 약속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2. 고대 사회의 악수: 평등과 합의의 상징

이 원시적인 제스처가 '동등한 관계에서의 합의와 약속'이라는 더 깊은 의미를 갖게 된 것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였습니다. 기원전 5세기경의 그리스 유물에서는 신들이나 병사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이 자주 발견됩니다. 이는 단순한 인사를 넘어, 동맹을 맺거나, 계약을 체결하거나, 결혼을 약속하는 등 두 주체가 대등한 지위에서 중요한 합의를 이루었음을 상징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로마 시대에 이르러 악수는 더욱 보편적인 인사가 되었지만, 여전히 아무에게나 하는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악수는 주로 동등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시민들 사이에서 이루어졌으며, 황제나 귀족에게 허리를 굽혀 절을 하는 것과는 명백히 구분되는, 평등한 관계를 전제로 한 제스처였습니다. 손을 맞잡는다는 것은, 비록 사회적 지위는 다를지라도 이 순간만큼은 당신과 내가 동등한 인간으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악수가 단순한 인사법을 넘어 고대 사회의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정신을 담고 있는 중요한 상징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3. 중세에서 근대로: 악수의 부활과 평등의 재탄생

로마 제국 멸망 이후, 유럽은 엄격한 봉건적 계급 사회로 재편되면서 악수는 다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중세 시대의 지배적인 인사법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모자를 벗거나, 무릎을 꿇거나, 허리를 굽혀 복종을 표시하는 비대칭적인 예법이었습니다. 평등을 전제로 한 악수는 설 자리가 없었습니다. 악수가 근대적인 인사의 형태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은 17세기, 평등주의를 신봉했던 퀘이커(Quakers) 교도들에 의해서였습니다. 그들은 신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계급적 차이를 드러내는 절이나 경례 대신,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손을 내밀어 악수하는 것을 자신들의 인사법으로 삼았습니다. 이러한 평등 사상은 18세기 미국 독립 혁명과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더욱 널리 퍼져나갔습니다. '시민'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더 이상 왕이나 귀족에게 굽실거리지 않았고, 서로를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는 악수를 새로운 시대의 인사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하나의 제스처가 어떻게 낡은 시대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선언하는 강력한 상징이 될 수 있는지 그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현대의 악수: 비즈니스와 외교의 상징

우리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악수에 대해 떠올려보면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면서, 악수는 산업 자본주의와 글로벌 시대의 확산과 함께 마침내 세계 공통의 언어로 자리 잡게 됩니다. 특히 비즈니스 세계에서 악수는 계약의 성사를 알리는 가장 중요한 의식이 되었습니다. 악수를 한다는 것은 복잡한 계약서의 내용을 넘어, 서로가 신뢰를 바탕으로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인격적인 서약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악수할 때 손을 잡는 강도나 시간, 눈 맞춤 등은 비언어적인 소통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고, 이는 비즈니스맨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에티켓이 되었습니다. 또한, 악수는 국가와 국가 사이의 외교 무대에서도 가장 중요한 상징적 행위입니다. 적대 관계에 있던 두 국가의 정상이 카메라 앞에서 손을 맞잡는 모습은,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됩니다. 무기가 없음을 증명하려 했던 고대인의 소박한 제스처에서 시작하여, 마침내 국가 간의 신뢰와 약속을 상징하게 된 악수. 그 맞잡은 손 안에는 이처럼 불신을 넘어 신뢰를 구축하고, 갈등을 넘어 평화를 만들려는 인류의 끈질긴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손을 잡을 때, 우리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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